손학규 대표,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게시일 : 2011-06-28

손학규 대표, 일본기자클럽 기자회견

 

마이크 사정상 앉아서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해달라. 유서 깊은 일본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여러분을 뵙고 소견을 말씀드리게 된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 자리에는 경륜 높은 일본 언론인들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대사로 계시던 데라다 대사께서 자리를 함께해주신 것 개인적으로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제1야당 대표로서 일본 국민 여러분께 지난 3.11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사고로 인한 엄청난 피해에 대해 한국 국민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기 위해 왔다. 먼저 이번 사고로 고귀한 목숨을 잃으신 많은 분들의 명복을 충심으로 기원하며 유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그리고 대재난 속에서도 일본 국민이 보여준 의연한 자세와 질서정연한 행동 그리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높은 시민의식에 감탄과 경의를 표한다. 쓰나미가 밀려오는 와중에서도 다른 주민의 안전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피 안내방송을 하다 결국 실종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마을 동사무소 직원 엔도 미키씨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리고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쓰나미가 지나간 자리에서 며칠을 묵묵히 잔해를 치우고 있는데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을 때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눈물만 흘린 뒤 조용히 하던 일을 계속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저는 숱한 시련을 이겨낸 일본 국민이 특유의 끈기와 단결로 이번 상처도 조기에 극복할 걸로 믿는다. 일본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강한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일본 언론인 여러분, 우리 두 나라는 1,500년이 넘는 긴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세기 불행한 역사가 있었지만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두 나라 사이 교류와 협력은 크게 발전했다. 이제 우리는 떼어내려고 해도 떼어낼 수 없는 사이가 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룩한 나라들이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모범이 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세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룩해나가기 위해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일 양국은 이제 한 차원 높은 신뢰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케이조 총리가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은 한일 양국간 우호협력과 미래발전에 모범적 준거가 될 것이다.

 

또한 간 나오토 총리가 작년 8월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즈음한 특별담화를 통해 과거 식민지 지배가 한국인 의사에 반해 이뤄졌고 아픔을 준 쪽은 잊기 쉽고 받은 쪽은 쉽게 잊지 못한다고 하면서 일본 스스로의 과오를 돌아보는데 솔직하고 싶다고 언급한 것은 한일간 신뢰수준을 높이는 데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말로만이 아니라 도서협정을 통과시켜서 조선왕실 의궤 반환이란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한일 양국민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호증진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 3.11 대재난 후 한국 국민이 보여준 성원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이웃나라 국민에 대한 진정한 우정과 관심의 표시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이 외환위기로 힘든 시절 일본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큰 규모의 재정지원을 해준 사실 또한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 우리 두 나라 국민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친밀한 감정이 지속되고 해치지 않도록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존경하는 일본 언론인 여러분, 저는 한일간 경제협력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제가 경기도지사 시절 저는 IT 관련 부품산업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을 경기도에 유치했다.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일본을 여러차례 방문하고 기업도 직접 찾아갔을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인들이 저의 도지사 관저를 방문한 분도 많이 있다. 저희 집에서 한국의 유명한 폭탄주를 마신 분들도 많이 있다. 한일간 경제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힘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간 협력은 이제 부품산업 분산효과에서 에너지 분야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지진으로 야기된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한일 양국은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우선 저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일본의 경제와 에너지 개발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경험에 비춰 원전사고로 인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안전대책과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일본이 앞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원전 르네상스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시작되고 있다. 인류사상 최초로 피폭을 경험한 일본에서도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지는 데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 두 나라는 모두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로써 앞으로 상당기간 원전을 안전하게 사용하면서 더욱 다양한 에너지원을 망라하는 적정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삭감해나가면서 여러 가지 에너지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택하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저는 우리 두 나라가 이러한 분야에서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공동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과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노력도 가능하다고 본다. 아울러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개발과 사용 확대를 위한 공동노력을 하는 것이 두 나라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 일본은 이번 사고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으며 전력사용 억제를 위한 여러 방안들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저는 이러한 돌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양국간의 구체적인 협력방안도 모색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래 유럽 북미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전력시장 통합과 같이 한일간에도 전력분야의 협력체제가 강화되면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개발과 효율성의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대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이때 한국과 일본이 그 새로운 길을 함께 손을 잡고 가기를 희망한다.

 

존경하는 일본 언론인 여러분, 문화는 경제, 정치, 사회 모든 분야의 바탕을 이룬다. 최근 한일간 문화적 교류는 어느 때보다도 활기를 띠고 발전해가고 있다. 1998년 한국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시장개방조치 이후 시작된 조심스런 문화적 교류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이후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는 양국간 문화, 특히 대중문화 교류를 통해 미래의 지도자인 젊은이들이 서로에 대해 우정과 이해를 더욱 높여가는 것이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존경하는 일본 언론인 여러분, 저는 남북한간 이념대결은 이미 종료됐다고 본다. 통일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평화애호국가로서 세계 모든 나라와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켜나가게 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점진적이고 평화적이며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군사적이거나 폭력적 수단이 동원돼서는 안 된다. 갑작스런 사태로 인한 한반도 상황의 돌변은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통일은 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 아래 남북한 당사자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북한이 개혁, 개방의 길로 가도록 계속 설득해야 할 것이다. 고립됐을 때의 북한이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권문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우리의 단호한 입장을 유지해나갈 것이다. 또한 북한이 연평도 사건과 같은 도발적 행동을 계속할 경우 우리의 이러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다는 점을 북한이 명심하도록 할 것이다. 일본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이 더 이상 무모한 행동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 문제가 원만한 해결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다.

 

친애하는 일본 언론인 여러분,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성장,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원조, 비핵평화주의 원칙을 위해 일본 국민과 지도자들이 쏟은 피땀 어린 노력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한다. 한국도 지난 60년 동안 엄청난 도전을 이겨내면서 정치민주화와 경제기적을 이룩했으며 다방면에 걸쳐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아시아 시대,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국회 연설에서 말했듯 우리 두 나라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선린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면서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보호와 신장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확산과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노력도 아울러 기울여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한일 양국이 함께 짊어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2011년 6월 28일

민주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