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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석 국회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 [단독] 중소기업엔 돈 안 빌려주는 은행들⋯한국은행 제재는 ‘무용지물’

  • 게시자 : 국회의원 문진석
  • 조회수 : 8
  • 게시일 : 2026-10-30 11:23:32

[단독] 중소기업엔 돈 안 빌려주는 은행들⋯한국은행 제재는 ‘무용지물’

 

은행이 늘리는 대출의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한국은행의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가 제재 강화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이 월별 기준을 지킨 비율은 2024년 50%에서 올해 1~7월 11%로 급락했다.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문턱을 높인 데 따른 것이다. 정작 자금이 절실한 중소기업이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각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보증기관과 연계해 대출 위험을 나누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 준수율은 2024년 50%에서 지난해 22%, 올해 1~7월 11%로 떨어졌다. 시중은행도 2023년 71%에서 2024년 47%, 지난해 33%로 하락했다. 올해 1~7월에는 45%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못 미쳤다.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는 은행의 대출 증가분 가운데 일정 몫이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다. 현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원화금융자금대출 증가액의 50% 이상을 중소기업에 빌려주도록 권고받고 있다. 기준이 되는 대출 증가액이 100억원이라면 중소기업 대출도 최소 50억원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자금 공급을 유도하는 취지다.

 

준수율은 은행들이 월별로 이 기준을 충족한 비율이다. 지방은행 준수율이 11%라는 것은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니라, 대출 증가분의 일정 몫을 중소기업에 배분하라는 기준을 지킨 경우가 그만큼 드물었다는 의미다. 특히 지방은행은 2023년 7월 기준이 60%에서 50%로 완화됐는데도 준수율이 크게 떨어졌다.

 

한은은 기준을 지키지 않은 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배정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은이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기준을 어긴 은행이 한은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 한도를 깎고, 이를 기준을 지킨 은행에 나눠주는 구조다.

 

현재 중소기업대출비율이 0% 이상 50% 미만이면 배정액의 5%, 0% 미만이면 10%를 차감한다. 한은은 지난해 3월 제도를 개편하면서 미준수 은행에 대한 불이익과 준수 은행에 대한 혜택을 모두 강화했지만 한도 차감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시중 12개 은행의 배정 한도 차감액은 월평균 합계 356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A은행 한 곳에서만 월평균 1599억원이 차감됐다. 올해 1~7월에도 12개 은행의 월평균 차감액 합계는 2113억원에 달했다. 

 

통화당국이 제재를 강화해도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커진 부실 위험이 있다. 한은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심해지면서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과 신용위험이 악화됐고, 이에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4년 말 0.62%에서 지난해 1분기 0.76%로 높아졌다. 지난해 말에도 0.72%로 전년 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은행의 자본비율 관리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2024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은행들이 보통주자본비율 등 자본효율성을 더 중시하면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한 점이 일부 작용했다고 밝혔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은행이 떠안은 위험에 비해 손실을 감당할 자본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금액을 빌려줘도 위험가중치가 높은 대출일수록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이 된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한은의 기준을 지키려면 부실 위험뿐 아니라 자본 부담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경기 위축까지 겹쳤다. 주요 영업 기반인 지역에서 건설·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신규 대출 수요가 줄어든 동시에 기존 대출의 부실 위험은 높아졌다.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4년 말 0.66%에서 지난해 말 1.19%로 상승했다. 같은 시점 시중은행의 0.5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한은은 이런 사정으로 지방은행이 신규 자금 공급을 더 보수적으로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은행의 위험 회피가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다시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매출이 줄어도 기업은 직원 급여와 원자재 대금, 임차료를 지급해야 한다. 대출로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넘기면 영업을 이어갈 여지가 있지만 자금 조달이 막히면 생산과 고용을 줄여야 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난으로 은행이 대출을 줄이고, 돈을 구하지 못한 기업의 사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다.

 

지방에서는 이런 어려움이 지역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지역 업체가 고용을 줄이면 가계 소득이 감소하고 주변 상권도 타격을 받는다. 중소기업 대출을 유도하는 제도 역시 개별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경기 침체기에 기업과 지역경제가 버틸 수 있도록 자금 조달 통로를 유지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문진석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앞으로 기준 미준수에 따른 제재 구간을 더 세분화하고 배정 한도 차감 정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가 기업의 상환 능력과 자본 부담에 있다면 불이익만 키워서는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은행의 배정 한도를 더 많이 깎는 데 치중하기보다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실제로 대출이 늘어나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진석 의원은 보증기관과 연계해 은행의 대출 위험을 줄이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증기관이 대출금의 일정 부분을 보증하면 은행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은행에 대출을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동시에 대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접근이다. 사업을 이어갈 능력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기업을 가려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진석 의원은 “중소기업은 무너지는데 은행은 돈을 넣지 않고, 한국은행 제재는 먹히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차감액을 더 키울 게 아니라 보증기관과 연계해 은행이 지는 위험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링크: https://www.kmib.co.kr/article/20261011501489​